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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 스타人터뷰] '절치부심 에이스' 두산 김선우 인터뷰!

정민건TV 2012. 6. 10. 16:45


[ⓜ Daum 스타人터뷰] '절치부심 에이스' 두산 김선우 인터뷰!


"안녕하세요. 김선우입니다.

올시즌 프로야구 정말 재미있습니다. 특히 두산 야구도 재미있습니다.

두산 베어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화이팅!"




두산 김선우(36)는 '진정한 에이스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믿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흔히 에이스라고 하면 마운드 위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이나 빼어난 성적이 떠오르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선수가 등판하면 우리 팀이 이긴다'는 신뢰. 쌓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지키는 것은 더 어려운, 믿음을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 심어주는 게 진짜 에이스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난해 16승7패, 방어율 3.13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팀 토종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그는 "승은 하늘이 결정하는 일이다. 나는 그저 선발투수로서 마운드 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에이스, 불운에 울다

올 4월 한 달은 김선우에게 잔인했다. 4경기에 선발 출장해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21⅓이닝 18실점(16자책)으로 내용도 좋지 않았다. 첫 등판이었던 4월 8일 잠실 넥센과의 개막전에서 4⅓이닝 9실점 하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게 뼈아팠다. 최준석의 역전결승2타점3루타로 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패전도 면했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심기일전해 등판한 두 번째 경기(4월 14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의 '불쇼'로 승리가 날아갔고 이후 두 번의 추가등판에서도 실책이 겹쳐 실점이 늘어나거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잘 던지고도 승을 못 하는' 불운이 겹쳤다.

그래도 그는 늘 "다행"이라고 했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홀로 분전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팀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준 팀 동료들,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 달간 승을 없을 때도 '팀 성적이 좋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5월이 되니까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못할 때 팀이 잘 해줬으니까 팀이 어려울 때(인터뷰 당시 팀은 4연패에 빠져있었다) 무조건 잘해서 이길 겁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히어로'

5월 4일 잠실 LG전, 김선우는 5전6기 끝에 감격의 첫 승(6이닝 2실점)을 거뒀다. 이전 경기였던 3일 대구 삼성전에서 0-10으로 대패했고, 4일 이후 두산이 4연패에 빠졌으니 그의 1승이 없었다면 두산으로서는 자칫 6연패를 당할 수 있었던 위기였다. 5월 22일 문학 SK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연패를 끊었다. 많은 승을 거두는 것만큼 중요한 에이스의 조건, 어려울 때 팀을 구하는 '히어로' 역할을 올해도 변함없이 하고 있다


시즌 2승을 거둔 뒤 그는 "원래 타자들을 맞혀 잡아서 긴 이닝을 소화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오늘은 연패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2-0으로 앞선 5회 무사 3루에서 SK 최윤석의 투수 앞 땅볼을 잡아 홈이 아닌 2루로 던져 투수~유격수~2루수로 이어지는 병살을 완성시킨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충분히 실점을 막을 수 있었지만 개인방어율이 아닌 팀 승리를 위해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팀 동료들은 김선우를 믿고 따른다. 그도 그럴 것이 불펜들이 승리를 날려버렸을 때 "내가 더 긴 이닝을 던졌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하고, 야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실점이 늘었을 때도 "야수들이 도와줘 승리를 챙기는 횟수가 훨씬 많다"며 다독이는 그다. 그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많다.

후배들을 나는 믿는다

대표적인 선수가 임태훈이다. 임태훈은 늘 "(김)선우 선배님은 내 인생의 롤모델이다. 마운드 위에서나 덕아웃에서, 경기장 밖에서도 모범이 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용찬도 "선발등판한 날,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배님이 어떤 점이 좋고 나빴는지를 지적해주신다.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고 있는데 선배님의 원포인트 레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본인은 "난 애들과 장난만 치는데…"라며 웃었다. 실상이 그렇다. 나이 차가 열 살이 넘는 후배와도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지난 시즌 후 주장후보에 올랐을 때 스스로 "나는 애들과 장난을 쳐야 해서 주장을 하면 안 된다"고 후보사퇴(?)를 요구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그의 보이지 않는 배려다. 허물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후배들이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애쓴다. 보이는 성적으로 매길 수 없는 김선우의 가치이기도 하다.

"후배를 보면 '이런 부분만 고치면 정말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그 단계를 모두 겪어 봤으니까 애들은 힘든 과정을 단축시켰으면 하는 마음에서 (충고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때 각 잡고 말하면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프로고 성인인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거든요. 저도 그랬으니까(웃음).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후배가 물어볼 때 그럴 때만 한 마디씩 해줘요. 저와 가장 비슷한 후배요? (임)태훈이요. 생각하는 바도 그렇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욕심나는 후배는 (홍)상삼이에요. 타고난 재능이 정말 뛰어나요. 조금만 잡아주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에요."
메이저리그? 한국무대가 먼저

김선우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재학 중이던 1997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당시 국내 선수로는 최고 연봉인 130만 달러(한화 약 15억 원)에 입단했다. 이후 몬트리올~워싱턴~콜로라도~신시내티~샌프란시스코 등 많은 팀을 거친 뒤 고국으로 돌아왔다. 박찬호나 김병현처럼 메이저리그에 업적을 남긴 선수는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수많은 좌절과 시련을 이겨낸 산증인이다.

"저는 실패를 했어요. 네. 인정합니다. 늘 혼자 생각하고 답을 구해야했고 선수들과 소통이 쉽지도 않았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지만 힘들었죠. 하지만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후배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꼭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단, 개인적으로는 한국프로야구에서 9년 정도 기량을 닦고 최고 선수가 된 후에 갔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만 마치고 미국으로 진출을 하면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마이너리그거든요. 지금 한국리그 수준이 미국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어차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다 배우고 실력을 인정받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한화)이나 (윤)석민(KIA)이는 완전히 잘 할 것 같습니다(웃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김선우는 '만약 시간을 되돌려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메이저리그에 또 도전하겠는가?'라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메이저리그 생활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인 동시에, 가슴 한편에 진하게 남아있는 아쉬움이다.

"다른 의미는 없어요. '그때 왜 열심히 안 했을까'라는 후회가 남아있어요. 야구에서는 '~라면'이라는 가정법은 의미가 없지만, 만약 당시에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나 그는, 인생은 야구와 마찬가지로 '한 번 던진 공에는 미련을 두지 말고, 지금 던지는 공이 아닌 다음 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앞으로 제가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선수들한테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우승 한 번 해보자'고 말할 수 있는 거죠(웃음). 은퇴 후에는 기회가 되면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원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전 그저 현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전부입니다."

글. 홍재현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 OSEN / 영상. 정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