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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人터뷰] 삼성 이승엽 인터뷰

정민건TV 2012. 12. 7. 09:00

 

'국민타자'이승엽(삼성)은 올 시즌을 돌이켜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시는 못 입을 줄 알았는데…".
이승엽은 2004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두 번 다시 파란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자 군단 복귀의 감동은 더욱 클 수 밖에. 지금껏 프로 선수로서 꿈을 키웠고 생애 최고의 순간을 누렸던 대구구장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는 게 이승엽에게는 최고의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만족을 모르는 남자

올 시즌을 앞두고 "장타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타격을 하겠다"고 밝혔던 이승엽은 예년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더욱 정교해졌다.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은 타율 3할7리(488타수 150안타) 21홈런 85타점 84득점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시즌 초반 팀이 하위권에서 허덕일 때 이승엽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삼성은 그대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고 안도했다.

단순히 성적이 전부가 아니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고향팀에 돌아온 그는 어느덧 주장 진갑용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고참이 돼 있었다. 시즌 초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정타를 치지 못할 때에는더그아웃한편에서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했다. 삼진을 먹고 화가 난 나머지 삭발을 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진정성을 보며 후배들은 자극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은 지난해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최강팀이었다. 이승엽의 합류로 삼성의 2연패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것이 이승엽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승엽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이 남았다"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팀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차지한 2002년 짜릿한 9회 동점 스리런 홈런의 기억도 잊었다.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1홈런 7타점으로 활약한 이승엽은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최고의 감동

이승엽은 4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정규 시즌 개막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개막전 첫 타석에 들어설 때 '3번 타자 이승엽'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가 나오자 많은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주셨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역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9년 만에 파란 유니폼을 입게 된 기쁨과 함께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시즌 내내 행복하면서 우승에 대한 부담도 컸던 게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았다. 정말 행복한 한 해였다".

이승엽은 라커룸의 진정한 리더답게 동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승엽이형", "승짱 선배님"이라 부르며 진심으로 따랐다. 그는 "처음에는 어려웠다. 나이차도 많았고 잘 아는 선수들이 많지 않아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었다"며 "1주일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레 스며들게 됐다. 밖에서 온 선수가 아니라 원래 뛰었던 팀이었기에 마음이 편했고 적응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후배들 모두 너무나 잘 해줘 고마울 뿐이다. 이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게 내겐 큰 행복이다". 이승엽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홈런 킹이 꼽은 최고의 홈런은

이승엽은 홈런타자의 대명사. 개인 통산 5차례(1997, 1999, 2001, 2002, 2003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비롯해 최소 경기 및 최연소 300홈런을 수립했었다. 이승엽이 꼽은 최고의 홈런이 궁금했다.

그는 주저없이 "2002년 LG와의한국시리즈 6차전동점 스리런"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6-9로 뒤진 9회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3점 아치를 쏘아 올렸다. 이승엽의 대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삼성은 마해영의 굿바이 솔로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야구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이었다. 번외 경기를 포함해도 가장 의미있는 홈런이 아닐까".

이승엽은 2004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환희와 절망 모두 경험했다.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41개의 아치를 쏘아 올렸다. 반면 2군 무대에 머무르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적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승엽의 일본 무대 성패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에 이승엽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에서는 뭔지 모르게 쫓기는 듯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너무 편하고 고향에서 뛰면서 정말 즐겁게 야구 할 수 있어 내가 가진 실력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끝판대장'오승환(삼성 투수)은 일본 무대 진출을 계획 중이다. 8년간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국내 무대와는 다른 게 많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국내 무대에서만 뛰다가 선수 생활을 마친다면 선수 본인에게도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일본 야구를 경험하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구장 시설은 그야말로 최악. 대구시는 대구 수성구 대공원역 일대에야구장 신축계획을 발표, 12월부터 기초 공사에 돌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승엽은 "정말 짓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삽을 뜨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루 빨리 새 구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승엽은 "야구를 하는 건 선수들이지만 야구를 관람하는 관중들이 편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 공간 확보를 잘 해서 팬들이 야구 관람을 하는 동안 불편하게 머무르다 가는 게 아니라 정말 편안하고 재미있게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도 보다 쾌적한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면 자신이 가진 능력의 120%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한 공간을 마련해주신다면 분명히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완벽남에게 없는 딱 한 가지

'완벽남' 이승엽에게도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다. 다름 아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들만 둘인데 셋째 계획도 갖고 있다. 바쁘고 힘들어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아내를 닮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승엽의 생각. 이승엽은 의형제로 잘 알려진 방송인김제동의 총각 탈출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는 "전혀 없다"고 웃으면서 "내가 볼 땐 좀 힘들 것 같다. 언젠가는 결혼을 하겠지만 지금은 하는 일이 너무 바빠 당분간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빨리 배필을 찾아 안정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승엽은 최근 SBS힐링캠프에 출연해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보였다. 그는 "야구 선수는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입담이 좋고 유머 감각이 있었다면 많이 나갔겠지만 그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고 방송 출연을 자제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곧이어 "몇 년전부터 요청을 받았는데 내가 안 좋은 모습으로 나가기 싫었다. 이번이 최적기라 생각해 나서게 됐다"며 "앞으로 방송 출연 제의를 받더라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음만은 5회

이승엽은 42세까지 현역 유니폼을 입는 게 목표다.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현재 상황을 야구로 표현하자면 8회말쯤 된다. 하지만 마음만은 5회라고 여기고 싶다". 어릴 적부터 파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게 꿈이었던 그는 "사랑하는 야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 그게 마음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 야구에 미련이 없고 그만 해도 된다 싶을 때 아니면 야구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과감히 떠나겠다. 개인적으로 42세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엽은 "겨우내 열심히 준비해 내년에는 또다른 이승엽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글. 손찬익 OSEN 기자 / 사진. OSEN

※ KBO가 만드는 월간 야구 매거진 [더 베이스볼]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