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人터뷰 스페셜4] 차범근의 축구해설 철학은?
<본 인터뷰는 대한축구협회(KFA)와 DAUM이 지난 9월부터 월드컵 직전까지 공동 기획한 '월드컵 특집 人터뷰'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관한 인터뷰 스페셜로 일부분을 다시 재편집하여 게재하는 영상과 기사입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한국축구의 영원한 전설' 차범근 감독입니다.
차범근 감독은 1971년 18세의 나이로 U-19 대표팀에 선발된 것을 시작으로 1972년에는 19세에 국가대표팀에 뽑혀 태국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에 참가했습니다. 이후 1978년까지 대표팀의 중심 공격수로 활약했으며, 그 해에 다름슈타트와 계약을 맺고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습니다.
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일시 귀국했던 차 감독은 1979년 명문 클럽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고, 그 해(79/80시즌)에 12골을 터뜨려 분데스리가 득점 랭킹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합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를 UEFA컵과 DFB-포칼(독일 FA컵) 우승으로 이끄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년 10골 이상씩 기록하며 프랑크푸르트의 중심 공격수로 자리 잡은 차 감독은 1983년에 당시만 해도 군소클럽이었던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팀을 분데스리가의 강자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85/86시즌에는 17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득점 4위에 올랐으며, 1988년에는 레버쿠젠을 이끌고 UEFA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차 감독 개인으로서는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레버쿠젠에서도 UE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뜻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1986년에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86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해 월드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88/89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차 감독은 독일에서의 각종 제의를 뿌리치고 귀국해 '차범근 축구교실'을 만들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후 현대(현 울산 현대, 91~94년) 감독에 이어 1997년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98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했으며, 중국의 선천 핑안(98~99년)에 이어 2004년부터는 수원의 감독으로 재직 중입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통산 121경기에 출장해 55골을 터뜨렸으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통산 308경기에 출장해 98골을 기록해 현역 당시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UEFA컵과 UEFA 컵위너스컵에서도 총 37경기에 나서 10골을 터뜨렸으며, 독일의 FA컵인 DFB-포칼에서는 총 27경기에 나서 13골을 기록했습니다.
1999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20세기 최고의 아시아 축구 선수'에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 영국의 축구전문지인 '월드사커'에서 선정한 '20세기 세계 축구를 움직인 100인'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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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크신 만큼, 언젠가는 지도자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감독을 그만둔 이후에 뭔가 다른 임무와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어느 영역에서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말주변이 있는 것도 아닌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TV 해설을 했던 것도 한국에서 열리는 잔치에 제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하게 된 것이었어요. 또한 축구팬들에게 좀 더 축구를 잘 설명한다면, 그들이 더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축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던 것이고요.
-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으면서 시청자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해설... 무엇보다 팬처럼 즐기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저는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축구를 가깝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합니다. 저도 팬의 입장에서 축구를 보는데, 거기에 아무래도 축구를 한 사람이 축구 현장을 가장 잘 알잖아요. 팬들에게 거부감 없이 현장을 잘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현장을 이론적으로만 설명하면 딱딱해요. 사람들이 축구를 어렵게 느낄 수 있죠. 해설이란 것은 쉽게 설명해야지, 그것을 어렵게 설명하면 듣는 사람들은 잘 모르죠. TV를 보는 사람들은 축구를 아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 쉽게 우리 축구의 상황을 팬의 입장에서 설명해주기 위해, 그리고 이왕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해주려고 애썼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제 해설로 상처입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선수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죠. 그것을 꺾는다면 제가 잘못하는 것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했더니 다행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고마운 일이었죠.(웃음)
제가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우리 선수들을, 우리 축구를 설명해줬을 때, 그리고 팬들이 현장에서 잘 모르는 부분들을 현실적으로 잘 설명할 때, 그런 것들이 팬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았나 싶어요.
- 말씀하신대로 해설을 하실 때 보면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십니다. 지적보다는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주시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저 상황에서 왜 이렇게 못했느냐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저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느낌의 해설이셨죠.
우리 축구를 팬들에게 좀 더 거부감 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저 선수가 왜 저렇게 했는지를 팬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축구라는 것이 저도 해봤지만, 보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기계처럼 움직일 수 없거든요. 축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실수가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뭔가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을 때 거부감이 훨씬 더 줄어들게 되죠.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거든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실수였는지, 반복되는 실수였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만약 반복되는 실수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뭔가 다른 쪽에서 지적이 필요한 것이죠.
그러나 저 상황에서 저 선수의 저런 플레이가 최선을 다한 상황이라면 그것은 이해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거기에서 더 높은 것을 원한다면 세계적 선수도 맞출 수가 없어요. 그리고 팬들은 영원히 우리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현장을 팬들에게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해설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이에요.
실수를 했을 때 자꾸 그 이야기를 하면 긴장해서 더 못하기 마련입니다. 계속 칭찬을 하면 잘하기 마련이고요. 우리 팬들도 선수들이 실수했을 때 좀 더 격려해줄 필요가 있어요. 선수들이 흥이 나고, 기가 꺾이지 않게 말이에요. 저 역시 그런 해설을 하고 싶은 것이고요.
- 2006 독일 월드컵 TV 해설을 하실때 차두리 선수와의 호흡은 엄청난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자면 차두리 선수가 같이 해설하는 것이 조금 불안한 듯한 모습도 보이셨는데.(웃음)
그렇죠. 우리 아들은 경기장에 나가서 뛰고 있어야 하는데 거기 앉아 있으니까 아버지로서 불만이었던 것이고요. 또 해설이란 것이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말 하나, 행동 하나 하나가 파장이 커요. 그렇잖아도 부자가 앉아 있는데, 말 한 마디 잘못하면 그것은 씻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아들은 선수이고, 젊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잘 느끼지 못하니 아슬아슬했죠.(웃음)
그런 상황에서 스위스전에서 "이건 사기입니다!" 이런 말을 두리가 하니까 저는 완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웃음) 다행히 반응은 좋았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계석 저쪽 끝에 앉아있으니까 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요.(웃음)
- 마지막으로 축구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제가 19세에 처음 국가대표가 되어서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 속에서 축구 인생을 걸어왔습니다. 어려울 때도, 고통스러웠을 때도, 좋았을 때도, 자랑스러웠을 때도 있었어요. 여러분의 사랑이 고마워서 더 잘해야겠다, 더 좋은 축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퇴하면 후진을 양성해야겠다고도 생각했고요.
여러분들의 사랑이 고마워서 지금도 축구 현장에서 이렇게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셔서 큰 선수로 만들어주신 것처럼 더 많은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격려해주셔서 훌륭한 선수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그래서 기뻐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꼭 보고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축구와 선수들을 사랑해주세요.
공식질문1. 축구는 (나의 삶)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공식질문2. 월드컵은 (우리의 꿈) 이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꿈이죠. 국민들에게도 굉장히 생산적인 에너지를 만들어줘요.
☞ 인터뷰: 이상헌 / 영상: 정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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