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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el 2월호] 네 남자의 호주 여행 이야기 4人 4色

정민건TV 2010. 2. 20. 07:16

  

  

 

  세상의 중심에서 교감을 외치다!

 - 정민건은 울루루에서 영화 <아바타>를 떠올렸다. 오랜 세월 오직 에버리진 주술사만 올라갈 수 있었던 신성한 바위는 목하 수십만 여행객의 발에 밟히고 있다.

우리는 레드센터라 불리는 황량한 오지의 붉은 땅 위에서 유일한 소음을 내며 '지구의 배꼽'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렸고, 곧 만나게 될 울루루에 대한 각자의 상상을 나누며 긴 하루하루를 견뎠다.
첫 출발 후 네 번째 노을이 질 무렵, 어디선가 노곤노곤한 오후의 적막을 깨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독일인 워홀러 산드라도, 일본인 간호사 미꼬도, 영국인 여행가 탐도, 스무 번 넘게 이 곳에 온 운전기사 스티브까지도... 그렇게 바위 하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원정대들은 그동안의 고행을 잊은 듯 어린 아이처럼 창문에 붙어 신비의 바위를 향해 포효했다. 울루루도 수줍은 듯 노을을 받고 얼굴이 빨갛게 변했지만 이내 푸른 색채로 빛깔이 변하면서 우리들의 열렬한 인사에 화답했다.


* 토착민 에보리진과의 조우!

울루루 빛의 향연을 정신없이 감상하다보니 이 지역에 오랜 세월을 살았던 이들에게 이 바위 덩어리가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로 자연의 위대함에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울루루를 둘러보면 수천 년 전부터 이 지역 주변의 자연을 그림으로 새겨온 동굴도 있고, 물이 흘러 내리는 자국을 꾸준히 기록한 흔적도 있는데 이러한 문화들은 자연 본질에 가까운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 영감을 바위 위에 되새기는 것이 특징인 듯 했다.
나는 벅찬 가슴을 안고 주변에 있던 에보리진에게도 미소를 짓고 카메라를 들이 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사진에 찍힌 에보리진은 유창한 영어로 모델비로 1달러를 달라는 황금만능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내내 설렘을 안고 나눴던 토착민들에 대한 상상은 기념품 가게에서 억지로 삶을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나 작은 식량을 가지고도 두 명의 에보리진이 치고받고 싸움을 하는 모습으로 현실에 투영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다. 어찌된 일인가...


* 대지를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아바타 프로젝트?

옛날 옛적부터 이 곳 토착민인 에보리진들은 '울루루'를 중심으로 한 이 땅 '레드센터'를 신성시하며 살았다. 1872년 인류가 이 거대한 바위를 처음 발견하고 당시 총독의 이름을 딴 '에어즈락'이라고 개명할 때까지 이 대륙에는 수백 개의 부족과 수십 만 명의 에보리진이 있었고 그들은 늘 신성한 바위를 중심으로 대 자연에 경배하며 살아왔다.
넘쳐나는 죄수와 부족한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의 땅인 이 곳에 상륙한 인류는 금, 은, 오팔 등의 보석과 철광석을 비롯한 여러 자원들을 발견하면서 토착민에 대한 살육과 야만의 역사를 시작하였다.
에보리진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여러 부족들이 연합하여 이방인들의 침입에 맞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백인들이 포기하기도 했지만 무력에 의해 대부분의 토착 부족들이 말살되고 축출되기 시작한다.
이어 인류는 토착민에게 문명과 물질에 대한 의식을 주입하여 조종 가능한 ‘아바타 프로젝트(?)'을 개발하고 융화 정책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강탈해 다른 수용소와 백인계에게 양육을 맡기고 부모들은 그들의 땅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약간의 보상을 한다.
그리고 인류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물질의 맛을 알아버린 일부 토착민들로 인해 그들 사이도 서서히 분열이 시작된다. 또 이방인들에 의해 퍼진 천연두, 홍역, 성병 등 외래 전염병에 면역이 전혀 없던 토착민들은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새 문명에 구원을 요청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듯 토착민들은 지난 시간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고, 현재는 대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걸인으로 전락하거나 레드 센터(중부) 및 톱 엔드(북부)로 축출된 소수 원주민 집단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세상의 중심에서 교감을 외치다!

오랜 세월동안 부족의 주술사만 올라갈 수 있었던 신성한 바위는 이제 매년 수 만 명의 관광객들 의해 밟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땅의 주인인 에보리진들은 '제발 오르지 말라'고 정중하고도 간절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 울루루의 존재는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의 삶의 터전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나무 '홈트리'처럼 오랜 마음의 고향이자 그들이 신성시하는 정신적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몸을 숙이며 경배하고 있는 에보리진들 머리 위로 미사일을 날리는 것을 잠시 되돌아보자! 또 아직까지도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에 의해 정당화 되고 있는 에보리진에 대한 인류의 ‘아바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그들의 대지 위에 방문한 이방인들은 세상의 중심에 올라 사랑을 외쳐야 하는 로망을 잠시 미루고 먼저 그들에게 손님으로써의 예의를 표하고 만년 가까이 이 바위를 신성시 했던 그들의 정신에 잠시 아바타하여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상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이 대륙에서 인류의 이기심과 살아남은 토착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전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정복자와 개척자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울루루와 대 자연에 대한 그들의 교감을 한번 받아보자!

- 정민건 (문화콘텐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