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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런던올림픽] 유도 김재범 '죽기 아니면 살기? 죽기 밖에 없다!

정민건TV 2012. 8. 1. 10:49

 

[ⓜ 2012런던올림픽] 유도 김재범 '죽기 아니면 살기? 죽기 밖에 없다!

 

김재범(28)
|국가대표 유도 선수
  • 2011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81㎏ 금메달
  •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81kg급 금메달
  • 2008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은메달
#1 : '죽기 살기'가 아닌 '죽기'만 남았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죽기 살기’로 했다. 지금은 ‘죽기’를 각오했다. 그래서 더 준비가 되어 있다.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마 지켜보시면 아실 것이다.

작년에 어깨가 다쳤을 때 재활을 거의 못했다. 어깨에 통증이 없어지면 바로 재활훈련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는 통증이 없어지자마자 바로 유도훈련에 들어갔다. 그만큼 간절하고 그만큼 급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데 돌아갈 길이 없었다.

부러지든, 한 번 더 다치든, 그건 내 인생이다. 남들이 올림픽 전에 또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회복될 때까지 다른 시합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올림픽이 다가왔으니 연습할 때 조심해서 하라는 말은 연습을 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올림픽에 출전하나. 힘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올라가야 하는데.

어차피 다칠 놈이면 또 다친다. 만약 내가 다치면 나는 안되는 사람인거다. 안될 놈은 뭘해도 안되고, 될 사람은 어떻게든 된다.


#2 : 타오르는 불 속에 손을 집어넣는 심정
활활 타오르는 불이 뜨거운지 아닌지는 손을 대보지 않아도 안다. 불 속에 손을 넣기가 얼마나 무서운가. 불이 얼마나 뜨거울지 알기 때문에 무섭다. 알면서도 불 속에 손을 넣는 심정, 올림픽을 준비한다는 건 그런 느낌이다. 나는 불이 무섭지 않다고 자신에게 주문을 왼다.

솔직히 어떤 힘이 있다면 내일이 당장 올림픽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싶다. 편안하게 자고 싶다. 면접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괴롭다. 이 부담감이 과연 수능의 몇 배일까.

손에 땀을 쥐고 잔다는 자체가 힘들다. 잠자리에 누우면 머릿속으로 시합을 한다.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고, 실제로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만큼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면 진짜 손에 땀을 쥐고 잠이 든다.

부담을 이겨내기 위해 올림픽은 호칭만 바꾼 대회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자꾸 심고 있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꼭 이겨야 하고, 서울시 대회는 져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런던올림픽도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내겐 언제나 돌아오는 운동회다.

99.9%는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하는 생각도,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절대 하지 않는다. 가끔은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상대 선수보다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길 것이다.




#3 :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말그대로 매일 운동하고, 씻고, 먹고, 싸는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반복을 하면서도 새롭다. 반복적인 훈련 중에도 진짜 매일 새로운 깨우침이 온다.

어떤 친구들은 똑같이 운동하는데 왜 너는 잘하고 우리는 못하냐고, 불공평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똑같은 운동을 똑같이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닌가.

예전에는 나도 술을 마시고 놀았다. 선배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법은 가르쳐줬지만 쉴 때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과의 연을 끊은 지 오래다. 혹시 후회가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나와 비슷할 것이다. 하루 이틀은 정신없이 놀 수 있다. 그러다가 3일째 되면 ‘아, 가서 운동해야 되는데 이렇게 놀면 어떻게 하지?’, ‘체력 떨어지면 욕먹을텐데’, ‘시합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걱정이 든다. 그래서 올림픽이 끝나면 단 며칠만이라도 유도 생각을 전혀 안하고 쉬고 싶다.


#4 : 유도는 나의 인생, 나의 생명
나에게 유도란... 인생. 생명.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시안 게임, 세계 선수권 대회,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 슬램이다. 사실 주위에서 그렇게들 말하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내게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그랜드슬램을 한다고 지위가 올라가나, 돈이 나오나. 그냥 형식상 붙여지는 이름일 뿐이다.

나는 단지 내 앞에 있는 시합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그것만 고민한다.

국민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시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어떤 힘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형식적으로 ‘금메달을 따겠습니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금메달은 하늘이 주시는 메달이다. 감히 내가 딴다, 안딴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좀 우습다.

어떤 메달을 받아도 감사하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나의 정상에 오를 것이다. 열심히 하는 거다.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김재범은 누구?]
날카로운 눈매에 다부진 입매의 김재범은 런던올림픽의 금메달 유망주 중에서도 특별히 기대가 큰 선수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은메달리스트다. 당시에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으나 8강전과 4강전을 치르는 동안 연이어 연장전을 치르며 막판에 체력이 떨어졌다. 체급을 올린지 8달 만에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성과였지만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컸다.

지난해 12월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지만 굴하지 않고 훈련을 거듭해온 김재범 선수는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며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인터뷰&진행 : 배나영
영상&사진 : 정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