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28)
국가대표 육상 경보선수
- 2011 아시아경보선수권대회 20km 금메달
-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20km 경보 동메달
-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20km 경보 은메달
걸어야 한다. 아무리 빨리 달리고 싶어도 걸어야 한다. 두 발 중의 한 쪽 발은 굳건히 땅을 디뎌야 한다. 내 앞에 서있는 선수를 뒤따라 갈 때면 얼마나 뛰고 싶을까. 뛰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는 얼마나 힘이 들까.
김현섭은 호쾌하게 웃으며 딱 잘라 말했다.
“걷다가 뛰려면 무척 힘들어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뛰지 않는 육상종목, 경보.
두 발 중의 한 발은 땅에 붙어 있어야 하고, 내딛는 다리는 곧게 뻗어야 한다. 자세를 유지하며 속도를 내야 하니 특유의 실룩거리는 걸음을 걷게 된다.
“예전에는 저희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시고 뒤에서 많이 웃으셨는데 요즘에는 응원을 더 많이 해주세요. 뒤에서 보면 오리처럼 실룩실룩 걷는 모습도 경보의 매력이죠. 저는 경보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2 : 운동 그만둘래, 경보를 할래?
김현섭은 호리호리한 몸에 작은 체구를 가졌다. 언뜻 보면 육상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중학교 1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800미터, 1500미터 달리기 선수였죠. 뛰는 걸 참 좋아했는데 잘 뛰지는 못했죠. 오죽하면 여자선수들하고 뛰어도 항상 제가 졌어요. 운동이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저는 참 즐거웠는데, 선수로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니까 코치님께서 협박을 하셨죠. ‘운동을 그만둘래, 경보를 할래?’ 그래서 경보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의 날씬한 체격 조건은 파워풀한 단거리 선수로는 부족했지만 경보 선수로는 꼭 알맞았다. 중학교 2학년, 경보를 시작한 그는 발에 날개를 달았다.
#3 : 파울에도, 경련에도 굴하지 않아!
경보는 20km경기와 50km경기가 있다. 김현섭은 20km 선수다. 훈련은 경기의 두 배 정도의 거리를 걷는다. 한 번 훈련을 하면 35-40km는 기본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하루 종일 쉬엄쉬엄 걷기도 힘든 거리다. 게다가 이 거리를 3-4시간 내에 주파하려면 엄청난 속도로 걸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몸을 풀고 훈련을 시작해서 3-4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걸어요. 중간 중간에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먹고 마시면서 걷죠.”
훈련이 끝나면 몸무게가 2kg정도 빠진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세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고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몸무게가 회복이 된다. 매일 아침과 저녁의 몸무게가 2kg쯤 차이가 난다.
김현섭은 지난 겨울에 50km경기를 대비한 훈련도 함께 받았다. 지구력과 체력, 정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4월에 열린 중국 대회에서 중국 심판에게 자세가 좋지 않다며 파울을 당했고, 5월에 러시아에서 도전한 50km경기는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42km 지점에서 포기해야 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파울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만큼 제 폼에 자신이 있었는데,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리 경련 때문에 중도 포기를 해본 것도 처음이에요. 하지만 실망감 보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어요. 올림픽 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됐죠. 정확하게 보완한다면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김현섭은 중국과 러시아의 선두그룹을 바짝 따라붙을만한 체력과 자신감을 갖췄다. 그는 상승세다. 이 기세라면 메달이 거의 확실하다.
#4 : 경보는 제게 가족입니다
"저에게 경보란 가족이죠. 가족이 없으면 저도 없고, 경보가 없으면 저도 없어요. 제 삶은 가족과 경보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경보가 정말 가족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김현섭에게는 한 집에 모여 사는 가족의 의미가, 단란한 가정생활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그 때는 가족이 뭔지 느끼지 못했죠.”
아버지는 몇 달씩 배를 타러 나갔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만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웠다. 어머니는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 누나는 밖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게다가 그를 키워주시던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그는 고모 댁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지금은 아내도 있고, 아들도 있어서 ‘가족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껴요.”
아내는 같이 운동을 하던 중학교 동창이다. 연락이 끊겼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다. 둘은 연인이 되었고, 아이를 먼저 낳았다. 결혼식을 일찍 올리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서 못했고, 조금 지나니까 성적이 부진해져서 못했다. 작년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결혼식을 올리니까 더 떳떳하다고 해야 하나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족사진을 가져갈 때 이제는 결혼사진까지 보내줄 수 있게 되었어요.”
가족은 그의 힘이다. 아들은 그가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꼭 1등을 했냐고 묻는다. 그가 가슴에 품은 목표는 그저 메달을 목에 거는 것만이 아닐 테다. 아들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그는 오늘도 땀을 흘리며 걷고 또 걷는다.
<인터뷰 진행자의 한마디>
김현섭은 한국 경보의 역사다. 2004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 경보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고, 2007년에는 한국선수 중 처음으로 20㎞ 경보 기록을 1시간20분대로 단축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해 애를 태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23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따냈지만 기록은 개인최고기록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현섭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대구육상대회에서 6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런던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1시간 19분대로 주파한다면, 탄탄한 지구력으로 뒷심만 발휘해 준다면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김현섭은 한국 육상의 희망이다. 김현섭 덕분에 경보는 런던올림픽의 육상 종목중에서 메달이 가장 유력한 종목으로 떠올랐다.
인터뷰&진행 : 배나영
영상&사진 : 정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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