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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런던올림픽] '게임'을 즐기면 더 이상의 적수는 없다! 왕기춘!

정민건TV 2012. 7. 10. 15:11


왕기춘(24)|국가대표 유도 선수
  • 2012 독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73kg급 금메달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kg급 은메달
  • 2008 제29회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은메달
#1. 올림픽은‘게임’이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강전에서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다.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승전이 시작된 지 13초 만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목에는 은메달이 걸렸다. 시상대에 오른 그의 눈엔 눈물이 흘렀다.

“그 때는 미숙한 점이 많았어요. 기술의 폭발력이나 체력은 좋았지만, 경기 운용력에서 어린 티가 났었죠. 무식하게 훈련만 하고 열심히 시합만 했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상황에 맞게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역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나 봐요.”

왕기춘은 최근 국제무대에 적수가 없다.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대회부터 지금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6회 연속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세계랭킹 1위도 탈환했다. 대체 출전만 하면 우승을 하는 비결이 뭘까.

“많이 배우고 싶어서 마음을 내려놨어요. 억지로 이겨야지 하면 마음에 부담이 와서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그냥 마음을 비웠는데 그게 우승의 비결인 것 같아요.”

그는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올림픽은 ‘게임’이니까. 주위에서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에 기술을 더 철저히 갈고 닦으면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금메달을 딸 수밖에 없는 몸을 만들 생각이다.

“모든 선수들이 다 금메달을 따고 싶어 하지만 금메달은 하나뿐이잖아요. 일단 모든 경기에 자신이 있을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쳐야죠. 그러면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겠죠.”

왕기춘은 런던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처럼 임한다. 아직 젊기에 몇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그의 머릿속에는 런던올림픽밖에 없다.


#2. 새벽 6시의 공포
“새벽 6시가 제일 힘들어요. 새벽 훈련. 공포.”

그의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새벽훈련이 주는 공포의 실체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눈을 뜨는 일이 가장 공포스럽다니. 유도 선수들의 훈련은 대체 얼마나 지독한 걸까.

“힘든데,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는데, 진이 다 빠져서 정말 더이상 못하겠는데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더! 더!’ 말씀하실 때... 정말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그 시간이 다 제게 힘이 되겠죠.”

왕기춘은 맛집을 찾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저는 마음에 드는 음식을 사먹을 때는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아요.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고, 후배들 데리고 가서 막 사주고 그러죠.”

그는 ‘신길동 매운 짬뽕’을 먹으러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국물까지 다 먹고 왔다는 얘기를 하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주인 아저씨가 훈련하다가 힘들면 또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요즘 먹으러 갈 때가 된 것 같다며 웃는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버텨낼까’, ‘어떻게 또 훈련을 받나’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 저녁 10시에 잠이 들면 12시간을 꿈도 없이 달게 자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 기분이다.




#3. 선수촌의 동갑내기 친구들
“금메달 따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요? 저는 저만 땄으면 좋겠는데요! (웃음) 용대는 워낙 잘하니까, 걱정 없어요. 그리고 한 번 땄는데, 뭘 또 따려고 그래요. (웃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서로 마음속으로는 응원할 거예요. 제 경기가 먼저 끝나면 용대 시합을 응원하러 갈 생각도 있고요. 잘 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종목 선수들끼리는 거의 다 친하게 지내요. 다른 종목 선수들 중에는 동계종목의 모태범 선수나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가 저와 동갑이에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제 방에 놀러 와서 같이 얘기도 하고 그러죠. 저는 운동이 끝나면 너무 힘들어서 꼼짝도 못해요. 그래서 저는 걔네들 방에 놀러갈 수가 없어요.

운동시간 외에는 침대에 딱 붙어있어요. 침대 옆에 바로 냉장고도 있고, 컴퓨터도 있어서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거든요. 태범이나 용대가 유도선수들 새벽 운동하는 걸 보면 ‘진짜 힘들겠다’, ‘주말에 나가서 놀지도 못하겠다’고 그럴 정도에요. 그래도 놀 수는 있는데! (웃음)

주말이면 가끔 놀기도 하지만 다시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마음 놓고 놀지는 못해요. 올림픽이 끝나면 진짜 제대로 마음먹고, 친한 사람들끼리 가까운 강원도 펜션에라도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고 얘기하면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4. 알고 보면 일등 신랑감
이상형은 ‘천상 여자’란다. 긴 생머리 스타일을 말하는 거냐고 묻자, 외모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속 깊은 여자를 말하는 거란다. 키나 몸무게를 따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기준이 있다.

“쉬는 시간에 누워있으면 시합 생각도 하고, 어떻게 이길지 생각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외로우니까 여자 생각도 좀 해요. (웃음) 연애보다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제 애기(!)들도 빨리 보고 싶고. 그러려면 먼저 남자로서 능력도 갖추고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스스로는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얘길 들어보면 무척 가정적인 남자다. 일등 신랑감이랄까.

"평범해지고 싶어요.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요.“

왕기춘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언젠가 은퇴를 하고 나면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정에 충실한 남자가 되고 싶다. 그가 평범함을 꿈꾸는 이유는 스스로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세계랭킹 1위의 격투기 선수가 이렇게 해맑은 얼굴로 웃을 수 있다니. 그가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견디고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그의 해맑은 웃음을 런던올림픽의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인터뷰&진행 : 배나영
영상&사진 : 정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