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음악, 아내가 골라준 노래라 더 흥겨워"
Nice legs, Daisy dukes, makes a man go
Thats the way they all come through like
Low-cut, see-through shirts that make you
Thats the way she come through like
가사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마디마디 추임새 "유후"만 중요할 뿐. 이 음악이 사직구장에 울려퍼지면 사직구장을 메운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유후"를 외친다. 함성과 함께 등에 숫자 8을 새기고 나오는 선수는 타석에 들어서 헬맷이 맞는 것 같은데도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그런 다음 성난 황소처럼 두터운 허벅지로 땅을 판다. 그리고선 배트를 들고 투수를 향해 쳐다본다. 전광판에는 '전준우'라는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다.
롯데에 두번 지명
"아버지, 저 야구 시켜주세요."
운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초등학교 4학년, 열한살의 소년은 아버지에게 야구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원래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어서 경주 흥무초등학교로 전학까지 갔다. 그때부터 전준우의 야구 인생은 시작됐다. 이후 경주중-경주고를 거쳐 2004년 프로 입단을 눈앞에 뒀다. 롯데에 2차 7번으로 지명됐지만 프로 입단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교사 자격증도 받을 수 있고 '대학을 가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에 건국대학교로 입학했다.
대학 진학은 그에게는 여러모로 플러스 요인이 됐다. 만약 그때 바로 프로로 갔으면 2군에 있었던 생활이 길어져서 지금 같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4년이라는 시간을 결코 손해라고 생각 않고 있다. 더군다나 대학 생활 중 지금의 아내와도 만나게 됐으니 여러모로 그에게는 이득이 되는 경험이었다.
2008년 2차 2번으로 다시 한번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한 팀에 두 차례나 지명된 것은 전준우가 처음이다. 롯데가 자신을 두번이나 선택했다는 점이 전준우에게는 영광이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다. 이제 전준우는 롯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어느 타순이든 상관없다
특히 그는 어느 타순에서든 칠 수 있는 선수다. 1번부터 9번까지 안 쳐본 타순이 없을 정도다. 시즌 초에는 3번 타자로 클린업트리오에 활약했고 5월에는 잠시 부진한 홍성흔을 대신해 4번 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는 지난해처럼 톱타자로 다시 올라갔다. 이처럼 타순이 자주 바뀌어도 전준우는 한결같이 "타순은 상관없다"고 말하곤 했다.
"프로 와서 많은 타순을 쳐봤는데 부담가는 타순은 한 타순도 없어요. 솔직히 4번과 1번 똑같아요. 1번 칠 때는 내가 살아나가야 득점이 되기 때문에 집중을 하게 되죠. 4번도 쳐봤지만 저는 별로 구분이 없는 것 같아요. 1번을 치든, 4번을 치든."
그는 자신에 대해 거포형 타자 보다는 컨택형 타자라고 말한다. 일단 치고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는 1번 타자가 그에게는 제일 잘 맞는 셈이다. 까다로운 투수도 따로 없다. 하지만 올시즌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은 코스도 안 좋고 밸런스도 안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래도 전준우는 올시즌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생겼다. 지난 4월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0-2로 뒤진 9회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을 시작으로 롯데는 오승환을 두들겨 6점을 뽑아내며 무너뜨렸다.
사실 전준우는 홈런을 치는 순간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순식간에' 쳤기 때문이다. 기분은 당연히 좋았다.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마무리를 상대로 홈런을 쳤기에 언제라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기억이다.
품절남이라도 인기는 최고
전준우는 롯데의 인기스타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결혼을 해 한 여자의 남편, 가정의 가장이 됐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2살 연상의 김미경 씨와 화촉을 올렸다. 아내 김 씨의 아버지가 김바위 SK 전력분석원이라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품절남'이 되면 다수의 여성팬들은 절로 등을 돌리기 마련인데 그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 야구장에서도 전준우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성팬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양승호 감독 곁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해 화제를 모은 롯데 배트걸 신소정 양도 전준우의 팬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다른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 양은 배트를 줍고 가면서도 전준우의 등장음악을 흥얼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전준우는 쑥스러운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제 등장음악 말고도 다른 선수들 것도 다 흥얼거린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약 홈런을 쳤는데 그때처럼 배트걸이 하이파이브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흔쾌히 하겠습니다."
훈훈한 외모가 여성팬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팬은 전준우와 황재균을 1위 후보로 꼽은 뒤 '자신이 생각하기에 외모순위 몇 위쯤 될 것 같냐'고 묻기도 했다. 이 질문에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어보인 그는 "1,2위가 있다면 당연히 좋은 것을 해야죠. 그럼 제가 1위. 황재균 2위"라고 답했다.
심지어 다른 팬은 결혼한 전준우를 원망하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말을 빌어 '발이 괜찮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전준우는 "발 아픈걸 어떻게 아셨지"라며 껄껄 웃었다.
결혼은 터닝포인트
그렇다면 많은 여성팬을 울린 '결혼'이란 전준우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터닝포인트죠.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와이프가 내조를 잘 해주고 케어해주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전준우의 등장음악도 연애시절 와이프가 골라준 노래다. 전준우의 등장음악은 3OH!3의 'Starstrukk'의 도입부다. 멜로디가 경쾌하고 노랫말 마디마다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어있는데 이 소리를 팬들이 따라하곤 한다. 사직구장은 2만5000명의 휘파람 소리로 가득찬다.
전준우가 등장음악을 어떤 것으로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이 노래가 들으니 신나더라"라며 추천했다. 여자친구의 안목은 탁월했다. 그는 "타석에 나가기 전부터 '유후' 소리를 해줄지 안 해줄지 은근 기대가 되요. 기분이 좋고 살짝 기다려지는 순간이죠"라고 씩 웃어보인다.
롯데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우선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 얼핏 보면 모르지만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는 습관이다. 우선 머리를 갸웃갸웃한 뒤 발을 디뎌 땅을 파곤 한다. 프로 와서 처음에는 헬맷이 커서 흔들렸다. 머리를 흔들면서 고정을 하다 보니 버릇이 됐는데 어찌하다 보니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땅을 파는 것도 습관이다. 안정적으로 디뎌야지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로 마음 속에 두고 있는 롤 모델은 없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내 야구를 하기 바빠서"라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팀 내의 롤 모델은 있다. 고참 홍성흔과 조성환이다. 배울 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은 성실한 모습이다. 전준우는 "나이도 많으신데 아직도 꾸준하게 좋은 플레이를 하신다. 본받을 점이 많다"고 했다.
전준우도 다른 선수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을 갖고 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진출을 향한 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가는 꿈을 갖고 있다. 그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롯데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팬들에게 당찬 각오를 담은 메시지를 띄운다.
"저희 팀이 올 해도 혼전 속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데 팬 여러분께서 응원 열심히 해주며 힘을 주신다면 팬 여러분이 원하는 등수를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김하진 스포츠경향 기자 /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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