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인터뷰1] 허정무 감독 인터뷰 - 상
대한축구협회(KFA) 홈페이지에서는 Daum 스포츠와 공동 기획한 '월드컵 스타 릴레이 인터뷰'를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 6월까지 격주로 게재합니다.
'월드컵 특집 스타 릴레이 인터뷰'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과 대표팀 경기의 홍보를 위해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운영사이자 KFA 공식후원사인 Daum과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홍보 프로그램으로서 한국축구의 국민적 붐 조성을 꾀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월드컵과 관련된 인물들이며, 현 대표팀 선수들을 비롯해 추억의 스타, KFA 행정인, 역대 월드컵대표팀 감독 등이 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특히 Daum 스포츠를 통해 축구팬들의 질문들도 수렴해 궁금한 점들을 해소시켜드립니다. 인터뷰는 KFA 홈페이지와 Daum 스포츠에 기사와 동영상으로 게재됩니다.
첫 번째 스타트를 끊을 손님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허정무 감독입니다. 2007년 12월에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허정무 감독은 2008년 1월 칠레전을 시작으로 2009년 8월 파라과이전까지 1년 7개여월 동안 12승 13무 1패의 호성적을 거뒀으며, 특히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는 무패의 성적으로 통과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 KFA와 Daum스포츠가 공동 기획한 월드컵 특별 인터뷰의 첫 번째 손님으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일단 예전 이야기부터 해보죠. 1986년에는 선수로, 90년에는 트레이너로, 94년에는 코치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 한 단계씩 밟아 올라와서 결국은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나가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선수로, 코치로, 그리고 TV중계 해설자로도 월드컵을 함께 했는데, 항상 끝나고나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들곤 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들에게도, 그리고 저 스스로나 코치들에게도 항상 이야기를 해요.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말이죠. 결과는 하늘밖에 모르지만, 후회 없이 준비하고 한번 붙어보자, 그리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1986년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때가 가장 떨렸던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리고 마라도나와 알토벨리 등을 직접 상대했는데, 어떤 느낌이셨는지.
그 당시에는 사실 엉겁결에 세계무대를 밟은 것과 다름없었어요. 세계축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나갔죠. 지금도 변방이긴 하지만, 당시 한국은 축구에 있어서는 워낙 변방이었거든요. 월드컵을 위한 준비나 상대에 대한 대비, 분석 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엉겁결에 그냥 나간 것이었죠.
그러다보니 대회가 끝난 후에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이 컸어요. 이 부분에서 조금만 더 준비가 되었으면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세계축구에 대한 정보나 현대축구의 흐름 등에서 많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 1986년 월드컵 멤버들이 개개인으로 따져봤을 때는 월드컵 참가 멤버들 중 최고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동의하시는지요? 그리고 현 대표팀과 비교한다면 밸런스나 기량 등에 있어서 어떻습니까?
실제로 그 당시 경기내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당시 선수들이 기량이나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 않았다고 봐요. 다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세계축구의 흐름을 좀 더 파악하고 상대팀에 대한 정보도 얻고, 우리의 전술적 부분도 보완하고, 무엇보다 국제경험을 더 쌓았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네요. 세월이 흐르니까 아쉬움이 커지는 것인데,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어요. 그런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10년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대표팀과 당시 대표팀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군요. 축구 자체가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전술적인 면이나 속도 등에서 크게 발전했죠. 시대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 때 상황과 지금 상황을 대비하기는 힘듭니다.
- 말씀하셨듯이 2009년의 축구는 80년대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급격하게 변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이 바뀌었죠. 무엇보다도 속도와 템포에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납니다. 패스의 속도, 경기흐름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어요.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활동량도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나죠. 현재는 선수들이 90분 동안 평균 12km 정도를 뛰는데, 당시만 해도 7~8km 정도였거든요.
또한 패스 속도가 엄청 빨라졌고, 그런 패스를 자석처럼 컨트롤할 수 있는 기량도 발전했죠. 패스 속도가 빠르다보니 경기운영이나 공수전환의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80년대 이후로 압박축구가 유행을 했고, 그것을 견뎌내기 위해 좀 더 정교한 플레이가 요구되었고, 지금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졌어요. 간단히 표현하면 속도의 싸움, 공수전환, 패스, 선수들 움직임 등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연속해서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얻었던 느낌이나 교훈이 있으신지요?
'준비',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대에 대한 정보도 중요한데, 그 정보가 있어야 거기에 대한 맞춤형 대비로 우리 전술을 준비할 수 있죠. 지금은 워낙 여러 가지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많지만, 당시에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미흡했어요. 그리고 훈련이나 여러 측면에서 조금 부족했던 면도 있었고, 세계적인 강팀들과의 경기 경험도 많이 부족했죠. 2002년만 해도 강팀들과 많은 경기를 펼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잖아요.
이렇게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경기장에 나섰을 때도 괜히 주눅 들고 그랬던 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정말 자신감 있게,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해보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대표팀 감독을 맡고, 월드컵예선에서 승승장구하며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허정무 축구'에 대해 불신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은 크게 관여치 않아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사실 '히딩크 축구는 과연 무엇인가? 퍼거슨 축구, 벵거 축구, 무리뉴 축구, 베니테스 축구는 뭔가?'라고 물어봐도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타이틀이 걸린 대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느냐의 여부가 걸린 대회에서는 그 자체가 엄청난 거예요. 그 결과에 따라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런 경기에서는 점수, 결과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물론 내용과 결과가 모두 좋으면 최고죠. 그러나 경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완벽한 팀은 없어요. 작년에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가 아주 좋은 경기력으로 우승을 했죠. 그런 팀도 굴곡이 있습니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하고 질 때도 있는 법이죠. 작년에 바르셀로나가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그 팀 못지않은 팀들도 많고요. 경기하다가 질 수도 있는 것이 축구입니다.
'내 축구가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그렇지만, 어쨌든 더 노력할 겁니다. 그러나 FIFA 랭킹 등에도 나와 있는 한국축구 자체의 현실적인 수준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무대에서도 완벽한 팀이 된다는 것은 과한 욕심이겠죠.
- 감독님이 처음 팀을 맡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대표팀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성장했다고 평가하십니까?
제가 평가하는 것보다는 보시는 사람들이 평가할 문제이긴 한데요.
자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이제는 어느 정도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에 대해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나아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도 좋아지고 있고, 전술적인 면에서도 틀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경쟁에 많이 뛰어들면서 팀 전체가 더욱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흔히 예전의 감독님을 매우 엄한 스타일로 많이 평가했고,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지셨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가끔 이 타이밍에서는 예전처럼 선수들을 좀 더 혹독하게 대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시는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을 하면서 점점 발전해야하지 않겠어요?
저는 저에게 나쁜 부분이라고 하면 한시라도 빨리 고칠 용의가 있고, 그런 귀는 열려있어요. 제 방식이 잘못되었고, 지금 선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상황이 강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런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근본입니다. 외형적으로 강한 스타일이냐, 부드러운 스타일이냐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목표로 삼고,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가, 또 그 사람의 진정한 마음은 무엇인가가 중요하죠. 스타일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죠.(웃음)
- 현 대표팀의 중심축은 포지션별로 따졌을 때 이운재-조용형-박지성-박주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전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뼈대만 있고, 살과 피가 없다면 안 되잖아요.
몇몇 선수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팀이라면 굉장히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어느 역할이든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며, 모두가 성장하고 더 분발해야 합니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해요. 뼈대만 갖고는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 뼈와 살과 피, 모든 것이 합쳐져야 인간이 살 수 있듯이 팀이 강해지려면 전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그렇다고 해도 공격적인 측면에서 박지성과 박주영은 절대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이들을 활용한 전술을 많이 연구하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은 여러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나 박주영 등의 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해주지 않으면 두 선수 역시 빛날 수가 없어요. 반대로 두 선수들이 잘해줬을 때 다른 선수들에게도 힘이 되고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물론 전술적으로는 상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전개할 수도 있고, 견제가 많을 경우 다른 형태로 나설 수도 있죠. 그런 부분은 우리가 항상 연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선수들이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표팀의 중추 역할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중추 역할 이상의, 경기흐름을 바꾸고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죠.
- 현재 대표팀의 색깔이나 전술적 흐름은 어느 정도 나온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국을 비롯해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의 플레이 패턴을 버리고, 현 대표팀의 전술적 흐름과 틀에 자신을 맞춰야만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논란이 많은 부분입니다. 우리 팬들도 인지해야 하는 부분은 대표팀에서 뛰는 상황과 리그에서 뛰는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흔히 소속팀에서는 잘하는데, 대표팀에 오면 이상하게 잘 안되는 선수들이 있어요. 그리고 잘하다가도 강팀과 만나면 고개 숙이는 선수들도 있고요. 이런 부분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 이동국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는 겁니다. 빨리 극복하고 리그에서처럼 대표팀에서도 잘해주길 바라는 거죠. 어느 팀이든 색깔이 있기 마련이에요. 최고의 선수라면 대표팀에 들어와서도 빨리 팀에 녹아들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말로 하기보다는 경기장에서 보면서 과연 저 선수가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겁니다. 분명한 것은 저로서는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점이죠.
- > 2편에서 계속...
인터뷰= 이상헌 / 영상= 정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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