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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미국] 카트리나 재난 1000일, 뉴올리언스가 인류에게 던져준 메세지

정민건TV 2008. 4. 22. 15:31

 *  ⓜing Produce a Sensation  *   

By 정민건 (ing) 

 

기후변화 취재원문 : climatechange.khan.co.kr

 

 지난 2005년 여름, 1800여명의 사망자와 80만명에 가까운 이재민를 내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 재해로 기록되었던 '미국판 쓰나미 '카트리나'에 대한 논쟁은 재해 1000일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뜨겁다.   

 

 당시 허리케인이 마이애미 지역을 지날쯤만 해도 전문가들은 태풍의 강도가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오히려 이 지역을 넘어 멕시코만에서 더욱 더 강해진 태풍이 생성되어 루이지애나 주에 상륙하게 되었고 그 곳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참사를 당했다.

 

  이 재난으로 인해 '온난화로 해양온도가 높아지면서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강해진다'는 가설이 탄력을 받으면서, 허리케인의 에너지가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일어났고, 그에 대해 온난화로만 치부하려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반론 또한 함께 제기되면서 기후변화는 논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세계기후변화에 관해 경향신문과 미디어 다음은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시리즈를 기획하여 현장을 직접 취재하게 되었고 본 내용은 아프리카,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경향신문 4월 7일자 ▶기사) 의 기후변화 취재후기다.

  

 폭설과 폭우의 불규칙한 반복으로 몇차례 비행기가 연착되고 비행기가 회항하는 등 서울-뉴올리언즈까지 총 3회 경유, 19시간의 비행시간과 13시간의 대기시간을 거치며 쉽지 않게 목적지에 입성했다. 

   

  이제 이 지역의 전례없는 심각성과 체감 기후변화에 관해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이론과 가설에 맞추기 보다 수십년간 태풍을 겪고 카트리나를 체험한 이들의 증언에 방점을 찍고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몸의 왼쪽은 캠코더, 오른쪽 흑백필카, 목에는 디카, 배낭엔 노트북 등 1인 미디어로 완전 무장하고, 경향신문 미국 특파원으로 계시는 김진호 기자님과 함께 루이지애나 주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 카트리나 피해지역, 그 후...

  

  세계적인 관광지 프렌치쿼터, 버번 스트리트...

  멋진 콜로니얼풍 건물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당장이라도 뛰어나올듯한 이 거리는 몇몇 가게들이 아직 파손된 채 문이 닫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미 카트리나의 기억을 잊은듯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카트리나 피해당시 많은 언론이나 정부의 관심은 이 곳을 어떻게 보호하고 또 복원하느냐에 있었고, 많은 관심 덕분에 이 거리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프랜치쿼터 귀퉁이 골동품 가게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 곳 주민들은 반이상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깊은 상처는 아름다운 재즈의 선율로도 포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곳에서 조금만 주변으로 나가보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트리나 피해현장은 아직까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이 곳 사람들은 자연 재앙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 카트리나 재앙 이후 대부분 집을 버리고 떠나 마을 전체가 흉물스럽게 남아있었다. 가구나 각종 집기들은 그대로 집안에 버려둔 채 몸만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이렇듯 뉴올리언스는 아직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 더미 때문에 거리 곳곳에선 악취가 풍기고 있고 쓰러져 있는 신호등과 표지판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강도를 당할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였다.

  피해지역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왠지 'Grobal Warming'이란 단어가 생소할 것 같은 이 할아버지는 태풍이 전보다 강해졌다며 "지구 온난화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는 바로 이 곳이다.(This is the most demaged city by global warming)" 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하는 주민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워낙 피해가 크고 복구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곳 안에 거주하며 생활한다고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피해보상 보험금을 모두 카지노로 날리고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주민들도 꽤 많은 수라고 한다.  

 

 이들은 카트리나 후 리타, 딘 등 이 곳에 다른 태풍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태풍의 예상진로와 상관없이 일단 대피를 하였다고 한다. 카트리나의 경험으로 인해 태풍의 진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강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때문에 예전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제방이 점점 더 강해지는 허리케인을 견뎌낼 수 있을지조차도 불투명하기 때문라고 말한다.

   

  

  뉴올리언즈에서 오래 거주했던 주민들을 만나 이 곳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해 물어보았다.

 

* 권오수 사장님 (카트리나 피해지역 교민)

 "81년에 LA로 건너와 92년에 폭동을 겪은 후 캔터키를 거쳐 이곳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카트리나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곳 매터리 지역의 한국 교민 수는 1/3 이상 줄었습니다. 이상기후에 의해 허리케인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었지요. 저도 미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봤지만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곳을 피해 다른곳으로 이주할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강한 태풍이 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죠" 

  

*  뒤피 (Dupuy,64) (카트리나 피해지역 가이드)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은 늘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요즘에는 허리케인을 접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고 강도는 더 세졌다.”


 루이지애나 주 카트리나 피해지역에서 외부인들에게 현장을 안내하고 있는 뒤퓌 (Dupuy,64) 가이드는 매일 아침마다 관광객들에게 카트리나 당시 상황과 복구실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면서 “지난 몇 십년간 이곳에서 크고 작은 태풍을 경험하며 견뎌냈지만 앞으로는 카트리나보다 더 큰 허리케인이 자주 찾아 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재난을 막기 위해 다함께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할 때이다.”라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지적했다. 이는 온난화로 인해 해양온도가 높아지면서 허리케인의 발생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파괴력은 더 커지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주장과도 같은 의미이다.

 

 

 그녀는 또 카트리나 이후 방치된 지역들에 대해서도 2차적인 환경재난을 걱정하면서 “지역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면서 늪지가 줄어들고 자연이 파괴되는 현상, 그리고 고사된 수억 그루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 등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발생하기 시작한 또 다른 문제다.”라며 “물과 바람을 막아주던 늪지의 식물들이 기온 상승, 염분, 오염 등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시당국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퓌 가이드는 허리케인으로 파괴된 집들의 재건 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에 의한 피해 지역은 역설적으로 자연의 변화에 맞춰 환경 친화적인 재건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브래드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카트리나 최대 피해지역인 로워나인스워드에서 태양에너지나 환경 친화적인 재료들을 고려하여 지역 특성에 맞게 재건사업을 하는 '바르게 만들자 (Make It Right)'란 프로젝트를 모범 사례로 들며 “많은 분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함께 동참해서 마을이 다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Make It Right

 

  로워 나인스 워드 지역은 집터 자체가 사라져 버릴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은 대피 명령 받고도 자동차나 피난처가 없어 대피하지 못한 흑인들이 주된 피해자가 였다.  

 

  

 

 

  

▶ 재즈의 고향, 짓밟힌 뮤지션들의 문화

 

  뉴올리언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재즈의 고향'일 것이다.

  19세기 남북전쟁 이후 흑인들은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남부 뉴올리언즈의 백인 파티에서 흥겨운 곡 위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고 이는 재즈를 기원이다. 

 

 

  한때 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모여 살았던 세인트 버나드 (St. Barnard Parrish)지역은 큰 피해지역 중 하나였다.

   이 마을은 아련한 역사를 지닌채 재즈 뮤지션들이 함께 모여살며 서로 음악적인 교감을 하는 등 재즈 선율이 진동하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만의 문화를 쉽게 굴복시키지 못했던 재즈의 고향에 환경재앙은 그들을 너무 쉽게 무릎 꿇게 만들어 재즈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곳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 중에는 뉴올리언스 재즈를 아끼고, 지켜내려는 이들도 눈에 띈다.  

 미래의 환경재난에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키보다 높은 기둥을 쌓고 그 위에 집을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프로그램으로 파손된 집들의 재건을 위해 구슬땀을 흐리며 일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환경재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프리드먼 (Friedman, 21)

 "사실 나는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인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알래스카나 모레나 등 세계 각지에서 봉사를 하였는데 만년설이 녹거나 사막이 넓어지는 변화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 구스타프손 (Gustafson, 23)

"피해를 입으면 분명 예전보다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에 더 높게, 단단하게 지어야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가뭄은 길어지고,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폭풍이 강해진다는 것은 너무도 간단한 과학이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변화에 대해 동감하며 그러한 변화에 맞게 재건을 하고 있다."

  

 

 

 

  제방주변 저지대 지역의 집들은 대부분 폐쇄되었다. 카트리나 당시 이 곳 제방이 붕괴된 후 5분도 채 되지않아 지붕위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 대운하, 폭풍해일의 고속도로

  얼마전 다음 블로그기사에 대운하관련 글을 송고하여 큰 화제를 모았던 양영석(세라아빠)씨가 이 곳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루이지애나주립대 허리케인센터에서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이 곳에서 양영석씨와 함께 만난 '폭풍 해일의 전도사'라 불리는 하산 마시리키 교수는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에 동의하면서도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바로 석유회사의 탐욕으로 이곳에 건설되었던 MRGO 운하가 허리케인 발생 후 폭풍해일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기에 피해가 더욱 심했단는 것이다. 

  그는 운하건설 전의 지형과 현재 변형된 지형을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운하와 재난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운하가 습지를 줄이고 유속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허리케인과 만나면 큰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재난 1년 전에 대재앙을 예측하였던 그의 전력을 비춰볼때 이 주장은 꽤 섬뜩한 이야기다.  

 

 카트리나, 뉴올리언즈, 그리고 경부운하 / 양영석 ▶ blog.daum.net/serahabba/2477577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넘은 환경 친화적인 재건사업들을 통해 이 곳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고, 뉴올리언스 마을 곳곳에서 희망과 행복이 담긴 그들만의 재즈 선율이 울려퍼지는 날이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루이지애나주 지역을 둘러본 결과 이상기후에 의해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를 더욱 더 괴롭힐 것이라는 것은 이 곳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비바람에도 폰챠트레인 호가 쉽게 범람하는 모습을 보니, 이러다가 영화 '투모로우'의 재난이 스크린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트리나 재난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바다, 저지대와 습지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우리나라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이제 우리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 보다는 좀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 경향신문 현장기사 ▶운하 건설뒤 폭풍해일

* 경향신문 인터뷰기사 ▶“해안선 복원공사 개발업자만 배불려”

 

 

blog.daum.net/ming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