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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Review] 20대가 본 '조용필 40주년 콘서트'

정민건TV 2008. 5. 26. 04:53

 

 

 "상실.이별.허무.그리움을 노래하면서...

  가슴 속 이야기를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의 길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속에 고이는 눈물을 담아 삶의 의혹을 지키는 불꽃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5월 24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조용필 40주년 기념콘서트 'THE HISTORY 킬리만자로의 표범' 엔딩에서 조용필은 관객들에게 위와 같은 메세지를 전했고 중년 팬들은 다음과 같은 문구의 대형 플랜카드로 그에게 화답했다.

 

"당신의 음악 안에서 호흡했던 40년이 행복했습니다. 21세기인 오늘도 간절히 조용필을 원합니다!!"

 

 

 사실 40주년 콘서트장이 잠실 주 경기장으로 정해졌다는 언론보도를 봤을때, 오래전 문구점이나 신발가게에서 무료로 나눠줬던 티켓을 내고 들어가 현존하는 아이돌을 모두 봤던 '내일은 늦으리'나 '드림콘서트' 규모의 공연으로 생각할만큼 한단계 늦은 세대이다. 또 무대비쥬얼 기자회견때 선보였던 시각적 장치들을 보고 중년의 팬 분들을 수만명이나 모셔놓고 얼마나 시각과 청각을 조화롭게 공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공연장 주변에 도착하였을때 내게 입구를 물어보시는 수많은 할머니 분들이 계셨고, 마치 야구장에 온것처럼 맥주와 생 오징어를 파는 상인들의 모습 등 이색적인 풍경들이 있었지만 나이가 지긋이 드신 우리네 어머님, 아버님들을 따라 20여분간 긴 줄을 총총 걸음으로 객석에 들어선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고의 공연 비쥬얼을 자랑했던 '비 월드투어'나 외국 팝스타들의 무대와도 비교가 안되는 웅장한 규모(가로90m x 세로 40m)로 건설(?)된 무대나 최고급 팬을 자부하는 '서태지' 매나아를 가볍게 능가하는 아줌마 부대의 객석 폭팔력은 가히 '조용필'이란 슈퍼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직접 실감하게 되었다.    

 또 공연에 참여했던 지인을 통해 가왕(歌王)은 단지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영상, 무대, 내러티브 구성 그리고 심지어는 맑은 일기예보에도 5만장의 우비까지 주문할 정도로(물론 비와의 악연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신경을 쓰며 공연을 준비했다고 들었고 그러는 동안 오프닝을 맞이 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첨단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이 지난 후 히트곡 '꿈' 을 열창하기 시작하며 서막이 올랐을때 앞에서 점잖게 앉아 계셨던 할머니께서 의자 위로 껑충 올라가셔서 환호하시는 모습은 이 곳 분위기에 전혀 낮설지 않다. 그리고 가을날 여의도에서나 봤던 불꽃축제 규모로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에 기뻐하는 어머님들과, 초대형 비행기 모형이 공연장을 날라가는 모습에 환호하는 아버님들을 보며 이 공연이 얼마나 대중문화에 소외되었던 중장년층들에게 해방구가 되어 주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파격적인 21세기형 첨단 공연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조용필은 40년간 늘 그자리, 그렇게 있었던것 처럼 특별한 쇼맨쉽이나 오버동작이 없었다. 관객들에게 건네는 몇마디 인사를 제외하고는 처음 입고 나온 의상 그대로를 유지한 채 36여곡에 가까운 노래들을 사정없이 몰아치듯 열창했다. 타고난 엔터테이너의 기질을 공연장에 쏟아냈지만 정작 무대 위에 올라간 가왕(歌王)은 노래로만 승부한 것이다. 

    

 

  특히 동심, 우정, 꿈, 사랑과 이별 등의 사람의 인생을 한 공연에 압축한 콘서트로 매 노래마다 전주곡만을 듣고 큰 함성과 함께 눈물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네 인생사 깊숙한 곳에 그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에 관해 느낄 수 있었다. 

  때론 애절하게, 때론 힘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감동시키며 공연을 마쳤지만 딱 한곡만 앵콜곡을 부르겠다고 다시 무대로 나온 가왕(歌王)도, 오랜시간 그의 공연에 목말라하며 자리를 뜨지 않았던 팬들을 위해 몇곡이나 더 열창하며 화답했고, 그런 애정 덕분에 화려한 꽃가루와 함께 앵콜곡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 외에 예정에 없었던 '추억 속의 재회'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까지 들을 수 있었다.   

 

 

 

♪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대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 바람의 노래 中 -

 

 

 이제 막 시작된 이 기념비적 공연은 연말까지 총 20개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고 한다.

 지난 40년동안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흘러 나왔던 그의 노래를 들으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우리네 어머님, 아버님들께...

 그 옛날, 그 때처럼 애절하고 아련한 옛 추억들을 다시 향유할 수 있는 '해방의 장(場)'을 형성해 줄 멋진 무대가 계속 이어지길 기원한다.

 

 단순 문화 아이콘을 넘어 '조용필'이라는 절대적인 슈퍼 브랜드에 찬사를,

 또 어머니 환갑 날에 주옥같은 추억의 노래들을 선물해 주신 歌王(가왕)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