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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준희 샤우트풋볼217] 아름다운 ‘무관의 제왕’ 1982 브라질

정민건TV 2011. 6. 12. 12:51

  

[ⓜ 한준희 샤우트풋볼217] 아름다운 ‘무관의 제왕’ 1982 브라질

- 축구 역사상 최고의 팀은 어디일까 (17) -

 

(샤우트풋볼 게재 순)
1.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2. 미켈스의 아약스
3. 사키(그리고 카펠로)의 밀란
4. 세베스의 무적 헝가리
5. 1970 브라질
6. ‘유럽 5연패’ 레알
7. '토털풋볼' 네덜란드
8. 베켄바워의 바이에른
9. '카테나치오' 인터밀란
10. 페이슬리의 리버풀
11. 플라티니의 유벤투스
12. '조가 보니또' 산토스
13. '더 머신' 리베르
14. 디 스테파노의 미요나리오스
15. '갈락티코' 초기의 레알
16. '골든 트리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7. 크라이프의 '드림팀' 바르셀로나
18. 구트만의 벤피카
19. 지코의 플라멩고
20. '마스터' 텔레의 상파울루
21. 1948 잉글랜드
22. '원더 팀' 오스트리아
23. 199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4. 리피의 유벤투스
25. ‘골든 제너레이션’ 아약스
26. '월드컵 2연패' 브라질
27. 지단의 프랑스
28. 마테우스의 서독
29. '원조 챔피언' 우루과이
30. ‘토털 풋볼의 후예’ 스페인

 

(지난 회에 이어...)

 

31. ‘무관의 제왕’ 브라질 (1981-1982)

-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2차 조별리그(12강) 단계에 그쳤던 글자 그대로 ‘무관의 제왕’. 한 경기(2차 조별리그 최종전 이탈리아 전)의 실족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던 팀.

 

- 그러나 당시의 브라질이 펼쳐보였던 미드필드의 예술성, 번뜩이는 창조성, 절묘하고도 장쾌한 골들은 역대 최고의 팀을 논할 때 결코 이들을 빼놓을 수 없게끔 한다. 앞서 언급했던 1954 헝가리, 1974 네덜란드, 혹은 1934 오스트리아 등과 더불어 월드컵사의 대표적인 ‘애석한 팀’ 목록에 포함되는 무관의 제왕.

 

- 하지만 ‘무관’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팬들과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는다. 특히 브라질의 팬들은 월드컵을 들어 올렸던 ‘실용주의’ 색채의 1994년 팀보다 82년의 팀을 더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한 발 더 나아가 82년의 팀은 그 공격적 아름다움 면에서 1970년의 위대한 브라질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손색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 81년부터의 평가전에서 브라질은 서독(2-1, 1-0), 잉글랜드(1-0), 프랑스(3-1), 스페인(1-0)에 모두 승리했다. 아일랜드에게는 무려 7-0의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조별리그로 진행된 남미 지역 예선에서도 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틀림없이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 198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소련, 스코틀랜드, 뉴질랜드를 연파한 후 2차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전 대회 우승팀이자 젊은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팀)를 3-1로 어렵잖게 제압했다.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지코의 역량이 ‘덜 성숙한’ 마라도나보다 확연히 우위에 있었다. (한준희의 샤우트풋볼 208 ‘지코의 플라멩고’ 참조.)

 

- 하지만 지코 뿐만이 아니었다. 지코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마술사 소크라테스가 있었다. 지코와 소크라테스는 어쩌면 축구사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콤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에 다재다능한 팔카웅과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세레조가 뒤를 받쳤다. 이 4명의 미드필드 조합은 한 마디로 역대 최고 레벨의 중원을 형성했다. 상대가 “눈 뜨고 당한다”고 할 정도로 상대 수비를 얼어붙게 만드는 절묘한 움직임과 패스 워크에다 강력한 중거리 슈팅력까지 장착한 브라질의 중원이었다.

 

- 뛰어난 발재간을 지닌 왼쪽 측면 수비 주니오르 또한 빈번하게 올라오며 미드필드에 가세했고, 강력한 왼발 킥으로 무장한 측면 공격수 에데르는 중앙과 왼쪽을 자유로이 넘나들었다.

 

- 그러나 브라질은 ‘무승부만 거둬도 충분한’ 2차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파올로 로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탈리아에 2-3으로 패퇴, 4강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만다. 로시에겐 이 경기는 실로 생애 최고의 경기가 됐다.

 

- 브라질의 패인들을 꼽아보자면 첫째, 공격을 과신한 나머지 수비를 다소간 등한시한 점. 둘째, 팀 분위기가 점점 상승하고 있던 이탈리아를 충분히 경계하지 않은 것. 셋째, 극강인 미드필드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반면, 팀 밸런스의 견지에서 최전방과 수비에는 약간의 문제점이 존재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파올로 로시가 최고조의 감각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컸다. 그러나 이 패배에도 82년 브라질이 역대 손꼽힐 만큼 높은 수준과 기량의 축구를 펼쳐 보인 팀이라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 이 팀을 이끌었던 감독 텔레 산타나와 더불어 지코, 소크라테스, 팔카웅은 30줄을 넘긴 노장이 된 상태로 4년 후 멕시코 월드컵에 다시 등장하지만 브라질은 다시 한 번 4강 진출에 실패한다. (텔레 산타나의 클럽에서의 성공에 관해서는 한준희의 샤우트풋볼 20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