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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베이스볼] 유승안 경찰 감독 "경찰 야구단은 기회의 팀"

정민건TV 2014. 1. 2. 05:24


경찰 야구단은 이제 한국프로야구 '화수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한 후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맹활약하면서 경찰 야구단이 주목받고 있다. 경찰 야구단 사령탑으로 5년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승안(57) 감독을 만나보았다. 대만에서 처음 열리는 교육리그 참가를 앞두고 LG 트윈스 퓨처스 팀과의 연습경기에 한창이던 유 감독을 구리야구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털 사이트 < 다음 > 을 통해 받은 팬들의 질문에 유 감독은 진솔하게 자신의 야구관 등을 밝혔다. 더 상세한 내용은 포털사이트 < 다음 > 에서 동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편집자주]

경찰 야구단이 퓨처스 리그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경찰 야구단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팀보다는 짜임새에서 강점이 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선수들이 합숙하며 같이 지내다보니 조직력이 좋다고 본다.

많은 선수들이 경찰 야구단에서 환골탈태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가장 애착이 갔던 선수는 누구인가.

올해는 장원준, 장성우, 그리고 이전에는 민병헌 등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선수들을 형처럼 잘 이끌어줬다. 나와 같은 포지션인 포수 양의지와 최재훈은 플레이에 욕심이 많았다. 경기에 내보내지 않으면 나에게 시위를 할 정도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찰 야구단 해체 이야기가 나왔다. 야구팬들이 불안해하는데, 내년에도 경찰 야구단을 볼 수 있나.

당연히 내년에도 볼 수 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야구단은 목적에 맞게 만들어졌기에 지속될 것으로 본다. 전체적인 병력 조절 차원에서 나온 얘기로 보인다. 팀 해체는 아니라고 본다.

한화 팬이 계속된 부진으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는데, 한화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전 한화 감독으로서 지적한다면.

언급하기 힘든 내용이다.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 다른 팀보다 먼저 앞서나가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들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프런트 등 예전 동료들을 만나면 앞장서 나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들인 유원상 선수가 LG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만약 유원상 선수가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다면 어떤 부분부터 훈련을 시키실 건가.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스피드를 못 넘어가는 것은 몸 자체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타고난 체격과 자질은 좋은데 허벅지 부상이 오는 등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경찰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투수들에게 허리와 하체 단련을 강조한다. 일본 호시노 감독에게 배울 점은 언덕에서 러닝을 많이 시키는 점이다. 30도 정도 경사에서 뛰면 엉덩이와 허리가 강화된다. 동계훈련서 꾸준히 언덕훈련을 하면 시즌 중에 부상이 없다. 장원준 같은 경우 팀에서도 많이 던지고 왔지만 경찰에서 부상 없이 잘 던졌다. 원상이도 그렇게 시킬 것이다.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유원상 선수도 가을 무대를 밟았다. 유원상 선수에게 경기 전이나 탈락한 이후에 특별히 한 이야기가 있나.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머리가 좋아야하고 심장이 강해야 한다. 불펜에서는 '선동열'인데 마운드에 오르면 130km인 선수는 안 된다. 그래서 원상이에게 '네가 스트라이크 3개 던지면 타자들은 못 친다'며 멘탈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포수로서 노히트노런을 4번이나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포수 리드에 비결이 따로 있나.


투수들에게 믿음을 준 것이 크다. 이선희 투수는 선배이고 나머지 2명은 후배였는데 이선희 투수는 워낙 구위가 뛰어났다. 다른 2명과는 믿음과 교감이 잘 맞아떨어졌다. 좋은 투수가 있으면 1년에 한 번 정도씩은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본다. 컨트롤이 좋은 투수들과 호흡 맞추기가 좋다.

최근 공격형 포수들이 각광받기도 한다. 생각하시기에 포수의 임무는 공격이 먼저인가, 수비가 먼저인가.

55대 45 정도로 수비가 우선이라고 본다. 하지만 포수라고 해서 하위타선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포수들이 덩치가 커서 둔해 보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외향적인 면이 그럴 뿐이다.

공 배합 사인은 벤치에서 나오기 때문에 포수들의 '투수 리드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수 리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벤치 사인에 대해선 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안됐을 때 코치는 포수에게, 포수는 코치에게 서로 책임을 미룬다. 물론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벤치에서 사인을 내야 하지만 경기 중에는 포수 스스로가 운영을 해야 한다. 경기 전 미리 미팅해서 코치와 포수가 서로 협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150구 전체를 코치가 사인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럴 바에는 코치가 직접 나가서 뛰어야 하지 않나. 투수리드는 포수가 주도적으로 하고 결정적인 타이밍에서나 벤치에서 사인을 내야 한다.

당대 최고였던 선동열 투수에게 만루 홈런을 친 선수로 기억한다. 만루 홈런을 치고 나서 기분이 어땠나.

기분 최고였다. 선동열한테 만루 홈런을 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선동열 나오면 경기에 나가기 싫을 정도였으니까. 눈 감고 쳤다고 했는데 내가 잘했다고 하면 다음 타석에 맞을까봐 그랬다(웃음).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돌았다. 선동열 자극하지 않으려고.

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 봤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뛰어난 공을 던진 투수로 기억되는 선수가 있나.

아마 시절에는 이선희 선수, 프로에서는 송진우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포수 미트를 코스에 대놓고 있으면 들어올 정도로 컨트롤이 뛰어났다. 이선희 투수는 슬라이더가 직구처럼 떠오르는 등 구위가 정말 좋았다. 언더투수 한희민도 슬라이더가 떠오른 선수였다. 송진우 투수는 머리가 좋았다. 슬라이더 사인이라도 상대 타자가 치려고 나오면 투구 중에 직구로 바꿔 던지는 경우도 있다. 서전트 점프가 1m 이상일 정도로 몸 유연성이 최고였다. 그래서 40세 넘어서도 선수로 뛴 것이다.

앞으로 경찰 야구단에 입단할 선수들에게 '경찰 야구단은 어떤 팀이다' 라고 소개한다면.

기회의 팀이다. 2년이란 기간 동안 내가 업그레이드 시켜서 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오면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투수들의 예를 들면 더 구위를 향상시키려면 더 많이 던져야 한다. 과보호는 오히려 퇴보시킨다.

프로야구단 감독으로 다시 돌아오실 마음은 있는가.

항상 준비하고 있다. 어느 구단에서 나를 필요로 할지는 모르지만 프로야구단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 감독은 젊은 나이에 하다 보니 밀어붙이기만 한 것 같다. 이제는 신예 선수 키우기와 고참 선수 배려 등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살피면서 잘해낼 자신이 있다.

정리. 박선양 OSEN 기자

※ KBO가 만드는 야구 매거진 월간 [더 베이스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