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준희 샤우트풋볼239] 역사의 라이벌을 무너뜨린 마라도나 후예들!
- 마라도나와 나폴리 전설 (上) -
지금 현재 세계에서 통상적인 의미의 ‘스리백’(요한 크라이프-펩 과르디올라 스타일이 아닌)을 가장 훌륭하게 구사하고 있는 팀은? 답은 나폴리.
측면 윙백을 비롯한 선수들의 기동력, 빠르고 정확한 역습 전개 능력, 전방의 결정력으로 무장한 나폴리는 1990/91 시즌 이래 처음으로 참가한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호 맨체스터 시티 원정을 잘 치러낸 후, 홈에서 펼쳐진 일요일 AC밀란 전에서 3-1의 쾌승을 거두는 개가를 올렸다. 지금과 같은 체력과 기동력, 경기력을 시즌 후반부까지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도약도 기대하게끔 하는 나폴리의 시즌 초반이다.
밀란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의 크리스티안 마지오, 중원의 왈테르 가르가노가 맨 시티 전에 이어 맹활약을 펼쳤고, 맨 시티 전 선제골의 주인공 에딘손 카바니가 ‘해트트릭’에 성공하는 기념비적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마지오는 헤딩으로 카바니의 첫 골을 도왔고, 가르가노는 나폴리의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부터 밀란의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까지 돌진하는 장거리 드리블을 선보이며 카바니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날의 주인공은 카바니였다. 특히 카바니는 세 골 모두를 빠른 타이밍의 원터치 슈팅으로 멋지게 작렬시켰는데, 상대 수비로부터 튀어나온 볼을 절묘한 왼발 발리킥으로 연결시킨 세 번째 골은 이날 경기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해트트릭은 1998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피오렌티나)가 산시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래 처음으로 세리에A 무대에서 밀란을 잠재워버린 해트트릭으로 기록된다. 지금껏 카바니는 나폴리에서의 50경기 동안 37골을 터뜨렸다.
비록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날로 국한한 카바니의 활약상은 나폴리 사람들로 하여금 디에고 마라도나의 전설과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마라도나의 나폴리와 아리고 사키 감독의 밀란(한준희 샤우트풋볼 199 참조)이 당대 최고의 리그 세리에A의 정상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시절, 밀란과 나폴리는 수차례 명승부를 연출했으며 대승과 대패를 나눠가졌던 유명한 역사가 있다. 그만큼 나폴리와 밀란의 경기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세계 축구사의 ‘클래식’이다.
86/87 시즌 밀란(5위) 나폴리(우승)
87/88 시즌 밀란(우승) 나폴리(2위)
88/89 시즌 밀란(3위) 나폴리(2위) (우승: 인터밀란)
89/90 시즌 밀란(2위) 나폴리(우승)
90/91 시즌 밀란(2위) 나폴리(8위) (우승: 삼프도리아)
86/87 시즌 나폴리 2-1 밀란
87/88 시즌 밀란 4-1 나폴리
87/88 시즌 나폴리 2-3 밀란
88/89 시즌 나폴리 4-1 밀란
89/90 시즌 나폴리 3-0 밀란
89/90 시즌 밀란 3-0 나폴리
두 팀이 펼친 대결들은 경기 자체의 흥미진진함을 넘어, 세계 축구 전술사에도 유의미한 승부들로 간주될 만하다.
‘시스템’에 바탕한 축구를 시도한 사키의 밀란은 선수 전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라인 간, 선수들 간 간격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면서 높은 지역에서부터 상대를 압박(공간의 통제)하는 팀. 이러한 압박으로 밀란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내고 볼 소유권을 찾아와 위력적인 역공을 펼쳤다.
밀란은 마라도나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좁혀버리는 일에 역점을 두었고, 이러한 압박에 의해 마라도나의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나폴리 전체의 위력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축구는 밀란에게도 작지 않은 위험 부담을 가져다줬는데, 마라도나가 순간의 절묘한 터치로써 나폴리 동료를 향한 스루 패스나 오버 패스를 성공시킬 경우, 높은 위치로 올라온 밀란의 오프사이드 라인이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했던 까닭이다. 마라도나로부터 볼이 무사히 빠져 나오기만 하면 다른 위치의 나폴리 동료에게 공간적 여유가 발생했다. 마라도나라는 천재를 보유한 나폴리는 수세적인 흐름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밀란에 카운터를 날릴 수 있었다.
사키 감독은 “마라도나는 나의 모든 축구 이론을 파괴하곤 했다. 우리는 팀으로서 위대한 축구를 하며 압도적일 수 있었지만, 마라도나는 경기를 완전히 뒤바꿔버리기 위해 단 한 번의 터치만을 필요로 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나폴리의 영광의 한 시대는 1991년 3월, 마라도나의 코카인 양성 반응에 기인한 15개월 징계로써 막을 내렸다. 마라도나가 사라진 나폴리는 얼마간 중상위권에 머무르기도 했으나 결국 1997/98 시즌 최하위에 그치며 강등의 운명을 맞는다.
(다음 편에 계속)
'♡ 스포츠영상발전소 > 한준희 영상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준희 샤우트풋볼241] 세계 축구사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클럽들! (0) | 2011.09.30 |
---|---|
[ⓜ 한준희 샤우트풋볼240] 마라도나 전설 가능케 한 동료들은 누구? (0) | 2011.09.27 |
[ⓜ 한준희 샤우트풋볼238] 축구사를 수놓은 번개골의 주인공들! (0) | 2011.09.17 |
[ⓜ 한준희 샤우트풋볼237] 월드컵 아시아 예선은 외국인 감독 열전! (0) | 2011.09.09 |
[ⓜ 한준희 샤우트풋볼236] 역사에 도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 (0) | 2011.09.01 |